이 글은 글을 쓰는 작가, 콘텐츠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등을 위한 인문학적 관점의 캐릭터 분석 가이드입니다. 단순히 성격을 부여하는 차원을 넘어, 캐릭터가 어떤 철학적 기반과 인문학적 정체성을 가지는지를 설명합니다. 창작 과정에서 인물 설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캐릭터 창작과 인문학의 만남
창작에서 캐릭터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닙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며, 캐릭터란 결국 인간의 축소판입니다. 문학, 철학, 심리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이 틀을 통해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인간을 ‘로고스(logos)’와 ‘에토스(ethos)’로 구분하며 이성적 존재로 보았습니다. 이는 캐릭터 설정에서 중심이 되는 ‘동기’와 ‘행동원리’의 근간이 됩니다. 캐릭터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설계할 때, 철학적 개념은 훌륭한 설계도 역할을 합니다. 또한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욕구, 예를 들면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는 캐릭터의 내적 갈등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인물의 목표 설정, 장애 요소, 갈등 구조 모두가 인문학적 프레임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다운 인물”을 설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캐릭터 설정의 철학적 기초
캐릭터의 설정은 외형이나 말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문학에서는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등 다양한 철학 분야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층위를 탐구합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캐릭터를 설계하면 보다 깊은 차원의 인물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가령 존재론은 ‘존재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철학 분야로,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물이 단순한 기능성 도구가 아닌 서사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왜 그 캐릭터가 이야기에 등장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설정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또한 인식론적 접근은 캐릭터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설계하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합리주의적 사고를 지닌 캐릭터는 어떤 사건에 대해 분석적으로 반응할 것이며, 경험주의적 성향을 가진 캐릭터는 체험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은 캐릭터 간 대화, 갈등, 관계의 설득력을 높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윤리학적 측면은 캐릭터의 선택과 행동에 도덕적 맥락을 부여합니다. 선악의 기준, 책임감, 희생정신 등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한 인물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이유, 악역이지만 동정받는 이유는 모두 윤리적 딜레마에서 시작됩니다.
성격 창조의 인문학적 기법
성격을 창조하는 일은 단순한 ‘성격 유형’ 분류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면, 성격은 환경, 사회 구조, 시대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 산물입니다. 즉,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내적 구조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회학에서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을 캐릭터 설계에 적용하면, 인물은 특정한 관계 맥락 속에서 성격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구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가령,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인물이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되 내면적으로는 반항심이 강하다면, 이중성 있는 입체적 캐릭터가 완성됩니다. 또한 역사적 인문학은 캐릭터가 살아가는 시대적 배경을 중시합니다. 중세 시대의 여성 캐릭터와 현대의 여성 캐릭터는 같은 성격 유형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성격을 단순히 유형으로 고정하지 않고, 맥락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볼 수 있게 합니다. 이 외에도 문학이론에서는 상징, 은유, 서사 구조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 성격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성격 창조란, 단순한 MBTI나 디스크 분석을 넘어, 시대성과 철학, 관계성과 감정의 결을 고려한 통합적 설계를 의미합니다.
캐릭터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그 복잡성을 서사에 녹여내는 작업은 창작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독자의 몰입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이제 단순한 외형이나 말투가 아닌, 철학과 심리를 아우르는 ‘살아 있는 인물’을 만들어보세요.